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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물질 습격으로부터 아이를 지키는 일이란

엄마 모드로 기록하는 일상

by 루시초이 2024. 5. 16.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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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런저런 일신상의 변화가 있어 블로그를 거의 하지 못했다. 참 오랜만에 쓰는 글인 것 같아 비록 사정은 있었으나 내 게으름을 반성하며 ㅠㅠ 다시 한번 힘을 내 꾸준히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으로 새로운 포스팅을 쓰기 시작한다.

 

피부 묘기증으로 시작된 화학 물질에 대한 공부

20대 중반 원인 불명의 '피부 묘기증'을 심하게 앓기 시작하면서 환경 문제와 화장품, 일상 용품에 포함된 화학 물질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이 부분은 알면 알수록 심란해지고 걱정이 많아지는 것 같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새로운 물질들이 속속들이 나타나지만 또 그만큼 새로운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그러한 물질들이 인간에게 가져다주는 악영향이 알려지기 때문일 것이다. 피부 묘기증이 넓은 범위에서 아토피에 속하는 면역질환이라 입고 쓰고 먹는 모든 물질을 조심해야 하기에 꽤 오랫동안 나는 해로운 물질들은 많이 피하며 안전하게 지냈다고 생각한 편이었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면서 더 많은 어려움과 고민에 처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알게 되는 새로운 사실들도 현재까지 충격으로 다가온다.

 

안전한 육아를 위한 육아템(?), 젖병 소독기

민준이를 키우면서 가장 먼저 부딪친 첫 번째 고민은 '젖병 소독기'였다. 시중에 다양한 종류의 젖병 소독기가 나와있는데 이걸 구비할 것인지, 아님 전통적이면서 전문가들이 가장 추천하는 방식인 '열탕 소독'을 할 것인지부터 정해야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게으른 나는 매일 수차례 열탕소독은 하기 어려울 것 같아 괜한 오기(?)는 피우지 않겠다며 중고로 젖병 소독기를 장만하기로 했다. 그럼 여기에서 또 선택을 해야 한다. 어떤 방식의 소독기를 구입할 것인지. 육아템에서 입소문이 난 여러 제품들이 있는데 각자의 장단점이 있었고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 딱히 결정을 못 내리고 민준이가 태어났고 조리원마저 퇴소하여 집에 왔는데 젖병 소독기는 구비하지 않아 일단 열탕 소독을 하고 있던 그 시기, 8년 차 경력의 산후조리도우미 이모님이 필** 브랜드의 스팀건조 일체형 젖병 소독기를 추천하셨다. 편하기도 한데 젖병 말고도 나중에 아기 칫솔, 숟가락, 포크 등등 다양한 아이템들을 소독하고 건조할 수 있어서 아주 유용하다는 그 말에 홀라당(?) 넘어가 바로 새것 같은 중고를 구입했다. 놀라운 건 3년이 다 돼 가는 지금도 이 스팀소독건조기는 우리 집 부엌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스팀건조소독에 실리콘 제품은?

실제 사용하고서는 몹시 만족스러웠다. 젖병 보관까지 되기도 하며 여러 가지 아기 용품을 청결하게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200% 활용하고도 남았다. 그런데 어느 날 실리콘 젖꼭지와 빨대를 소독기에 넣으면서 나만의 작은 궁금증이 생겼다. 이 실리콘을 이렇게 고온에 건조하고도 정말 괜찮은걸까? 아무리 실리콘이 의료 분야에서도 쓰이는 안전한 물질이라고는 하지만 그건 아직 그 유해성에 대한 연구가 부족해서가 아닐까? 대부분의 새로운 화학 물질들은 처음 개발 당시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니 어쩌니 하면서 찬사를 받지만 시간이 흘러서는 그 유해성으로 인해 퇴출되거나 사용이 금지되는 경우가 수없이 많기 때문에 그냥 혼자 든 생각이었다. 그래도 너무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기 시작했는데 검색을 하자마자 바로 충격적인 기사를 보았다.

 

실리콘의 진실

마침 그 시기에 실리콘 제품에 대해 여러 연구가 진행되어 그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실리콘 제품이 반복적으로 고온에 노출되면 엄청난 양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이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된 이들로는 영유아를 꼽았는데, 대부분의 영유아 제품들이 실리콘으로 제작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아.....! 깨끗하게 잘 관리한다는 노력이 아기에게 셀 수도 없이 많은 초미세플라스틱을 먹인 꼴이었다. 정말 충격이면서 화도 나고 답답하기도 하고 진짜 속상했다. 어차피 평생 어떻게든 몸속에 들어갈 플라스틱을 영유아시기부터 그렇게 많이 흡입하게 할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그래서 그날부터는 스팀건조소독기에 실리콘 제품은 넣지 않았다. 그냥 깨끗하게 닦고 잘 말리기만 해도 충분하다고 했고 고온에 노출되는 것이 문제이니 그걸 피하면 되는 거였다. 하지만 결국에는 실리콘도 초미세플라스틱을 함유하고 있는 것이라는 인식이 박히면서 민준이가 쓰는 많은 용품에서 실리콘 제품은 처분하거나 구입하지 않고 있다. 가장 좋은 건 스테인리스나 유리,, 역시 전통적인 것이 가장 안전한 것 같다.

 

과불화화합물, 넌 무엇이냐

최근에 충격받은 새로운 화학 물질은 과불화화합물인데, 국내 산모 207명의 모유를 분석한 결과, 실험에 참가한 산모 전원의 모유에서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되었는데 구체적으로는 사용이 금지된 과불화옥탄산(PFOA), 과불화옥탄수산(PFOS)이었다는 내용이었다. 요즘 조리용 팬을 구입할 때 코팅 제품의 경우 'Non-PFOA', 'Non-PFOS', 'Free PFOA', 'Free PFOS' 등의 문구를 자주 볼 수 있는데, 이게 열에 강하고 방수 기능이 있어 과거 조리 도구의 코팅을 위해 많이 쓰이던 물질이다. 초창기에는 엄청나게 많이 사용되었는데 이 물질의 유해성을 입증하는 여러 연구들이 진행되었고 그 결과 1급 발암 물질이라는 판정을 받으면서 사용이 금지되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계열의 수많은 '과불화화합물'은 생활 전반에 쓰이고 있는데, 아웃도어 의류(방수), 화장품, 종이 빨대, 코팅 포장재, 세척 등등 사실상 쓰이지 않는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이 정도면 그냥 플라스틱과 더불어 인류와 공생하는 화학 물질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그런데 이 과불화화합물은 인체에서 잘 분해되지 않아 '영원히 남는 화학물질'이라고도 불리며 오랜 시간 몸 안에 축적될 경우 간 질환, 갑상선 질환, 콜레스테롤 질환, 임신성 고혈압, 당뇨, 암, 불임, 난소암, 신경계 질환(ADHD, 알츠하이머 등)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정도면 모든 과불화화합물 계열의 성분은 금지시키는 게 당연한 정도라고 보인다.

 

수산물 섭취가 가장 큰 원인

이 과불화화합물이 인체에 유입되는 전체 경로의 90%는 식품을 통해서인데 가장 큰 매개체는 수산물로 보고 있다. 인간이 버린 쓰레기와 폐기물이 강, 하천, 바다에 쌓이고 그 속에서 과불화화합물이 흘러나오는 걸 수상 동식물들이 섭취하게 되고최종 포식작인 인간이 그 오염된 수산물을 섭취하면서 몸속에 쌓이는 사이클이 완성된 것이다. 결국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개발하고 한창 사용하다가 버렸지만 그 대가는 영원히 돌고 도는 것이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해산물을 안 먹을 것이냐, 그것도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미세플라스틱과 더불어 인간은 죽을 때까지 과불화화합물도 먹고 또 먹는 꼴이다.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먹어봤자 몇 가지 종류의 생선구이, 일 년에 한두 번 먹을까 말까 한 조림, 가끔 어머님이 해주시는 엄청 시원하고 맛있는 새우탕, 참치 통조림 정도가 내가 먹는 해산물의 전부일 텐데 그래도 엄청 찜찜하고 좀 침울했다. 나는 여러모로 유해한 화학물질을 조심하고 지내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주 오만한 생각이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한, 자연 속에 산다 한들 화학물질은 완전히 떨쳐낼 수 없는 것이다.

 

50대 50의 가능성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오염들이 쌓이고 쌓여서 요즘 주변을 보면 너무나도 젊은 나이에, 아니면 정말 건강하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시한부 판정을 받거나 중병에 걸리거나 하는 일이 생기는 것 같다. 특히 '암'이라는 것은 50여 년을 학자들이 연구한 결과, 그냥 '복불복'이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한 의사들의 이야기를 티비에서 접한 적이 있다. 아무리 생활 습관이 원인이라고는 하나 정말 건강한 생활 습관을 지녔고 가족력이 없던 사람도 갑자기 생길 수 있는 게 '암'이고 그래서 그냥 50대 50의 가능성이라고 했다. 앞으로는 더더욱 이런 사례가 많아지지 않을까? 운동도 열심히 하고 음식도 잘 가려 먹고 건강하게 산다고 생각했지만 나도 모르게 내 몸속에 쌓인 수많은 화학물질들이 결국 몸속에서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독이 되는 것이니 말이다. 나는 그렇다 쳐도 앞으로 살아갈 날이 엄청나게 많이 남은 민준이를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각자도생

이런 상황에서는 각자 도생, 각자 잘 알아보고 잘 피할 수밖에 없다. 귀찮더라도 조금 더 알아보고 조금 더 조심하고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행동해야 한다. 먹기 전에, 무언가를 사기 전에, 그리고 사용하기 전에 한 번은 더 의심하고 알아볼 수밖에... 모든 화학물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100 정도 섭취하게 될 것을 절반으로, 그보다 더 적게 섭취하도록 피할 수 있다면 그래야 하지 않을까? 

 

편리함보다는 귀찮음이 나은 선택

그래서 점차 반찬통도, 민준이 물병이나 식기도, 기타 다른 제품들도 플라스틱은 최소화하고 모두 스테인리스나 유리로 바꾸고 있다. 아무리 PPSU니 뭐니 해도 플라스틱은 플라스틱이다. 무조건 플라스틱이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플라스틱은 최대한 피하는 게 상책인 것 같다. 상당히 귀찮을 수 있고 돈도 좀 들고 누군가는 호들갑이라고 할 수 있다. 내 눈에 직접 보이지 않으면 설마 그러겠어? 하는 게 사람 심리이지 않은가. 유난 떠는 거면 좀 어떤가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데. 이런 문제는 유난도 떨고 호들갑도 떨어야 하는 것 같다. 어쨌든, 사람이 편리함을 추구하면 그에 따른 대가는 반드시 돌아오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 더 피곤하게 살아야 하나 보다. 아니, 어쩌면 피곤한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몇 천 년 동안 사람들은 이런 물질 없이도 잘만 살아왔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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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젖꼭지 스팀 소독 반복하면 미세 플라스틱 발생"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알려져 전 세계 수많은 영유아가 사용하고 있는 실리콘 고무 젖꼭지도 반복적으로 스팀 소독을 하면 미세 플라스틱이 나올 수 있다는 국제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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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모유에서 '과불화' 검출…증가세에도 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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