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블로그를 개설하게 되다니!
다른 이들의 블로그를 검색하고 읽기만 하던 내가 직접 운영하는 날이 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딱히 SNS도 열심히 하지 않고 크게 관심이 없는데다 그 전에는 시간이 없었던게 더 큰 이유다.
여러 곡절을 지나 3년 전 가을, 우리 가족의 보물 '정성이'가 태어나면서 내 인생은 큰 전환점에 들어왔다. 좀 더 안정적이고 가까운 직장에 자리잡은 후 낳아야지 하는 생각에 결혼 이후 내내 임신과 출산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여러 곡절 끝에 어렵게 찾아온 아기는 진심으로 기쁨이고 축복이었다. 당시 이직 후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으면서 건강에도 문제가 생기고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완전히 지쳐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계속 이대로 지낼 수 없다는 생각을 할 때에 생긴 아이였기에 너무나 고맙고 소중했다.
그렇지만 코로나 19가 전 세계적으로 꺾이지 않을 무서운 기세로 승승장구하던 2020년, 최악의 9호선을 타고, 그것도 가장 악명 높은 구간을 통과하며 편도 1시간 30분이 걸리는 출퇴근길은 공포 그 자체였다. 그래서였는지 임신 초기부터 불안한 상태가 계속되고 엄청난 긴장감 속에 지냈는데 그럴만도 한게 약 3개월 전 자연 유산을 경험했기 때문에 더더욱 무서웠다. 결국 임신 5개월차에 조기 휴직을 들어가면서 집이라는 벙커에서 나오질 않았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 아이는 무사히 태어났다.
아기가 돌 무렵이 될 때까지는 소오올직히 육아가 버겁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우리 아이는 정말 예민했기 때문이다...ㅎㅎ (어쩜 그런건 똑 닮을까 ㅠㅠ) 8년 경력차 산후조리 도우미 이모님이 놀라실 만큼의 등센서로 아기가 100일이 될 때까지는 반나절 이상 아기띠를 풀지 못했다. 그때 어깨가 굳었는데 그 후로 지금까지 풀리지 않는 고통이 되었다. '정성이'는 소리에 예민하고 잠도 잘 못자는데 겁도 많아서 유모차 태우고 동네 산책 나가는 것도 조마조마했었다. 근데 그 힘듦도 아기가 크면서 점점 잊혀지고 요즘에는 떼를 써서 어렵지 그 외에는 난 완 전 육 아 체 질 인가봐~~ 할 정도로 집에서 아이와 있는게 너무나 좋고 행복하다.
그런데 계속 이렇게만 지낼 순 없잖아... 아이가 자랄수록 엄마 손이 필요하지 않을거고 그러다 보면 난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가 자연스러운 고민이다.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나는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하나? 이거다. 돌아갈 곳은 있으나 내 적성과 성격에 도무지 맞지 않아 너무나 힘들었던 그 기억에 몸서리가 쳐져서 돌아간다 한들 내가 버틸 수 있을지 고민한 시간만 일년 넘게 흘렀다. 하루에도 열두번씩 할 수 있다, 안 된다를 반복하다 머릿속이 복잡해서 터질 것 같은 날이 계속되었고 결국 내 자신의 우유부단함이 참으로 한심해서 자존감도 하락하고 내가 몹시 볼품없이 느껴졌다.
새해가 되면서 내가 현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일,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해보니 바로 이거였다. 내 20대의 절반을 보낸 멕시코와 그렇게 힘들게 공부해서 얻은 멕시코 역사와 문화에 대한 지식을 풀어내는 것. 배수의 진을 치는 생각으로 이 악물고 힘들게 공부했는데 사실 귀국한 이후 그 지식을 직접적으로 활용한 적은 아주 몇 번에 지나지 않았고 사실상 뭐...잊고 살았다. 멕시코는 내게 아련한 애증의 추억이 되었기에 한동안 건드리고 싶지 않았던 영역이기도 해서 애써 외면한 것도 있었는데 그 감정 또한 시간이 지나니 많이 긍정적으로 변모되었다.
내가 공부하고 온지도 벌써 십년이 다 되가는데 여전히 멕시코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도 없고, 그나마 알려진 것도 정확하지 않은게 많다. 비록 '멕시코 역사'라는 전공은 '비주류의 비주류'이지만 ㅜㅜ 그래도 궁금해하는 누군가는 있을 것이고 어딘가에는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으니까! 이렇게 자신의 생각과 정보를 쉽고 편하게 공유하는 플랫폼이 많아진 시대에 나도 그 덕을 좀 보고자 한다. 아직은 블로그 초보라 모르는 것 투성이고 이것저것 어려운데...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테니 일단 덤비고 본다.
많은 정보와 자료를 참고해서 신중하게 글을 쓸테지만 실수, 오타, 잘못된 정보 등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을테니 따뜻한 조언과 코멘트들을 보내주시면 감사하게 읽고 포스팅에 반영하려고 한다. 이 공간에서 비주류의 비주류에 관심있는 분들과 즐거운 소통을 나눌 수 있길! 이 블로그가 30대 끝자락에 찾아온 오춘기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기를 바라며... : )
(가끔 올라올 아줌마의 자잘한 일상 이야기도 재미있게 봐주시면 더더욱 감사하겠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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