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멕시코는 지금] 게레로(Guerro)주 탁스코(Taxco)시, 8살 소녀 납치 살해 사건 발생, 용의자들의 최후

멕시코는 지금

by 루시초이 2024. 4. 1. 11:49

본문

탁스코(Taxco)시의 전경

얼마 전 3월 27일 수요일, 멕시코에서 '은의 도시'(la ciudad de la plata)로 유명한 게레로(Guerrero) 주의 작은 소도시 탁스코(Taxco)에서 8살 소녀 카밀라(Camila)가 친한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납치범들은 카밀라의 부모에게 딸을 돌려주는 대가로 거액의 돈을 요구했다. 실종 사건이 접수되자 당국은 재빠르게 수사에 착수하고 카밀라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바로 다음날 목요일 28일 게레로 주와 모렐로스(Morelos) 주 경계에 위치한 사카팔라코(Zacapalaco) 근처에서 아이는 검은 봉지에 싸인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이 사건은 곧장 멕시코 전역에 큰 충격과 슬픔을 가져다주었다. 멕시코는 세계에서 납치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국가 1위인 만큼 연일 실종자를 찾는 전단지와 그 가족들에 대한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영아부터 어린아이에 이르기까지 미성년자 납치도 빈번히 일어나기 때문에 아이들을 마음 놓고 밖에 나가 놀게 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번에 카밀라의 실종 사건이 발생했으니 사람들의 촉각이 예민해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사실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 행위는 그것이 어떤 형태이든지 누구나 심적으로 큰 충격을 받기 마련 아닌가.
 
카밀라의 이모(tía)는 인터뷰에서 "우리 가족들은 완전히 산산조각 났다. 납치범들은 내 조카를 납치하고 고문했다. 질식시키고 목 졸라 살해했다. 뭐라 더 말할 수가 없다"라고 밝혔다. 아이는 친구와 놀기 위해 집을 나섰을 뿐인데 믿었던 사람들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하고 유기되었다. 이 황망하고도 충격적인 현실에서 어느 누가 제정신일 수 있을까.
 
사건이 접수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사 당국은 용의자들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택시를 특정할 수 있었다. 언론에 공개된 CCTV 화면에서 한 여성이 옷가지가 가득한 바구니를 들고 주차되어 있는 택시로 다가가는 모습이 찍혔다. 이내 검은색 큰 봉투를 어깨에 짊어진 남성도 동일 차량에 다가와 트렁크를 열어 모든 '짐'을 싣고 나서 두 사람이 출발하는 모습이 확인되었다. 무엇보다 아이가 '친한 친구 집'에 들어가는 모습은 찍혔지만 나오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고, 대신 남성의 어깨에 검은색 큰 봉투가 걸쳐진 모습이 확인되었기에 사실상 '친절한 이웃'의 얼굴을 한 이들이 어린아이에게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렇지만 아직 이들을 범인이라고 지목하기에는 좀 더 수사가 이루어지고 확실한 증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영상이 인터넷 상에서 유포되자 시민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출처: TV Azteca

주민들은 용의 차량으로 의심되는 택시 두 대를 완전히 망가트리는 것도 모자라 용의자들의 집 앞으로 몰려가 밖으로 나올 것을 거세게 요구했다. 점차 분위기는 과격해져 그들이 사는 집의 유리창이 깨지면서 남성 2명과 여성 1명은 밖으로 끌려 나와 몇 분 간 인정사정없이 폭행을 당했다. 방위군과 경찰이 현장에 투입되어 성난 군중들을 뚫고 용의자 셋을 구출하려 했지만 'Justicia(후스티시아, 정의)'를 외치는 사람들의 분노가 무척이나 컸다. 겨우 겨우 세 사람을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여성은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였고 결국 병원에서 치료 도중 사망했다. 
 
탁스코는 부활절 기간 동안 'Jueves Santo'로 멕시코 내에서도 무척 유명한 곳이다. 부활절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서 발생한 이 비극적인 사건으로 올해 이 행사는 진행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카밀라의 죽음과 사건을 애도하고 '정의'를 외치며 평화적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해 여러 기사를 접했는데 여러 가지 답답한 상황을 마주했다. 주 교통경찰이 용의 차량을 확인하여 곧바로 수사 협조를 요청했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더 이상의 진전이 없었고 그저 대기하는 모습을 보이기만 했다. 그랬기에 탁스코의 시민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정의를 실현'하고자 했고 그 결과 용의자들의 집을 부수고 그들을 끌어내 수많은 군중들의 폭행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여성 용의자 1명이 사망하게 된 것도 이러한 일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들이 정말 범행을 저질렀다면 죽음으로도 그 죄를 만회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용의자가 죽어버릴 경우 이들이 왜 범죄를 저질렀는지, 어떻게 계획했는지, 정확하게 아이를 어떻게 살해했는지 등의 구체적인 수사 진행이 어렵다. 더욱이 이렇게 용의자가 다수인데 일부가 사망했다면 살아남은 나쁜 놈들은 죽은 사람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우기 마련이다. 그렇게 하더라도 명확한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향후 이런 식으로 상황이 전개된다면 이 사건은 그저 친절한 이웃의 모습으로 짐승만도 못한 짓을 벌인 나쁜 이들에게 어린아이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사건으로만 남을 것이다. 한편, 사망한 여성 1명의 딸은 SNS에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지도 못한 채 폭력을 행사한 군중들에게 사죄와 보상을 요구'하고 있어 이 사건은 점점 더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더 최악의 뉴스는 탁스코 시 시민안전부(Secretaría de la Seguridad Ciudadana de Taxco)의 장(長)인 도로테오 바스케스(Doroteo Vázquez)는 아이의 죽음이 부모(특히 어머니)에게 있다고 책임을 돌리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했다. 왜 아이를 혼자 돌아다니도록 무책임하게 두었냐며 부모의 부주의함으로 아이가 실종되고 결국 주검으로 발견되었다고 했는데 이 발언은 현재 멕시코 내에서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한쪽에서는 부모의 역할을 언제나 직시하고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면서 도로테오 바스케스에게 동조하는가 하면 다른 한쪽은 부모의 잘못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이 사건의 본질은 불안정한 치안이며 부모가 이 사건의 본질이라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맞서고 있다. 
 
카밀라의 부모는 딸의 가장 친한 친구의 어머니로부터 본인의 딸과 함께 수영장에 데려가 놀아주겠다는 연락을 받았고 그들을 믿고 이를 허락한 것뿐이다. 이것이 어떻게 부모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굳이 다른 사람들이 얘기하지 않아도 카밀라의 부모는 평생 동안 이 결정을 두고두고 후회하며 가슴을 치고 자신의 탓으로 돌릴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이들의 잘못이 아니라 범행을 저지른 나쁜 이들이 100% 잘못 아닌가. 왜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화살을 돌리는지 정말 잔인한 일이다. 이러한 발언 자체가 이 가족들에게는 용의자들과 다를 바 없이 똑같은 고통과 아픔을 주는 일이라는 걸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자신들에게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걸까? 사람들은 참 잔인하고 또 잔인하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