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bre 메히꼬, México

멕시코의 태양(El Sol de México), 루이스 미겔(Luis Miguel) - 번외(멕시코 국적 취득기)

루시초이 2024. 2. 21. 21:29

푸에르토 리코 태생이 멕시코의 태양?

앞선 두 개의 포스팅에서 자세히 기술했듯이, 루이스 미겔의 음악 활동은 시작부터 엄청난 성공과 화제를 불러왔고 그 인기는 식을줄 몰랐다. 그런데 줄곧 드는 의문점: 루이스 미겔은 멕시코인은 아닌데 왜 멕시코의 태양이 되었을까? 루이스 미겔의 첫번째 포스팅에서 언급한대로 그의 출생지는 푸에르토 리코의 산 후안이다.

 

인기 절정에서 밝혀진 비밀

여러 인터뷰에서 루이스 미겔은 자신이 멕시코 베라크루스(Veracruz)에서 태어난 멕시코인이라고 얘기했기에 모두가 그를 '순수 멕시코인'이라고 생각했다. 이 아슬아슬한 비밀은 1991년 아빠의 꼬드김으로 삼촌 티토(Tito)가 루이스 미겔의 출생증명서(el acta de nacimiento)를 언론에 흘렸고, 이에 스페인 언론 'El Sol'이 대서 특필하면서 밝혀졌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고 하니, 루이스 미겔은 18살이 되던 1987년 자신의 아버지와 완전히 결별하였고 4년 후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만나지 않았다고 한다. 내가 찾아본 자료에서는 왜 그러한 결정을 내렸는지 자세한 설명은 없지만 자신의 일에서 가족과의 연결고리를 분리했다(separando la relación familiar del vínculo laboral)는 표현으로 추측해보건데 루이스 미겔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고 그가 성정함에 따라 아버지와 대립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지 않았을까. 여하튼 아들의 이러한 결정이 큰 상처가 되었던건지 아버지도 자기 형제를 부추겨서 아들의 아주 민감한 비밀을 터트렸다는게 좀...그렇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절묘한 타이밍

'루이스 미겔이 사실은 메히까노가 아니다!!!!!' 라는 소식은 수많은 팬과 대중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마치 현재의 우리에게는 세계의 인기와 인정을 한몸에 받는 한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알고 보니 한국인이 아니다? 뭐 이런 느낌이지 않았을까. 그래도 '아버지의 일 때문에 푸에르토 리코에서 태어나게 되었지만 자신은 멕시코에 정착하면서부터 스스로는 멕시코 인으로 여기고 있다', '멕시코 국적을 얻기 위해 절차를 밟고 있다'라고 밝히며 이 엄청난 위기를 정면으로 맞섰다. 마침 타이밍도 절묘했다. 이때 루이스 미겔은 멕시코 볼레로(Bolero)의 정신적 지주이자 아버지인 아르만도 만사네로(Armando Manzanero)를 알게 되었고, 그와 함께한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었는데 바로 로망스(Romance) 다. 이 앨범이 발매된 해인 1991년 루이스 미겔은 당시 멕시코 대통령이었던 카를로스 살리나스 (Carlos Salinas de Gortari)로부터 멕시코 국적을 부여받는다.

Luis Miguel, Carlos Salinas
카를로스 살리나스(Caralos Salinas)전 대통령으로부터 멕시코 국적을 부여받은 루이스 미겔 (El Siglo de Torreon, 2018년 7월 10일 기사 사진)

 

그는 진정한 멕시코의 태양(El Sol de México)

루이스 미겔이 전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한 1990년대~2000년대 초반은 스페인어권에서 성공한 가수들은 모두 미국 시장으로 건너가는 것이 일종의 룰처럼 굳어진 때였다. 엔리케 이글레시아스(Enrique Iglesias), 샤키라(Shakira), 리키 마틴(Ricky Martin)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루이스 미겔은 미국 시장으로 건너가지 않고 오로지 스페인어권 내에서 활동하며 자신의 음악적 명성과 정체성을 확고히 지킨 유일한 아티스트 인정받는다. 루이스 미겔이 '멕시코의 태양'으로 불리는 이유는 그의 쉼없는 음악 활동과 노력, 그리고 무엇보다 멕시코 음악에 대한 그의 관심과 애정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대단한 가수의 앞으로가 여전히 기대되며 멕시코의 태양이 언제나 뜨겁게 타오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