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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통신 재벌, 카를로스 슬림 (Carlos Slim Helú)

Sobre 메히꼬, México

by 루시초이 2024. 2. 27.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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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최대 부호

한때 세계 부호 순위 1,2위를 다투던 멕시코의 통신 재벌, 2024년 현재 포브스(Forbes)지가 선정한 세계 부호 14위에 랭크된 이 인물의 이름을 한 번쯤 들어본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내가 한창 공부하던 시절에는 이 사람의 '부의 전성기'라고 할 만한 시기여서 빌 게이츠를 제치고 세계 부호 1위에 오른 적도 있었던 만큼 (2010~2013년)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그 이름만큼은 친근한 사람이다. 이 사람이 소유한 기업들의 총생산량이 멕시코 한 해 GDP의 6%를 차지할 정도이니 멕시코를 넘어서 중남미 대륙 전체에서 가장 갑부라고 할 수 있다. 
 

레바논계 이민자, 투자의 귀재

1940년 1월 28일 멕시코 시티의 레바논계 마론파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세계적인 명문대로 꼽히는 멕시코국립자치대학교(Universidad Nacional Autónoma de México, UNAM)에서 토목 공학으로 학위를 받았다. (경영이나 경제 쪽을 공부하지 않은 게 의외다) 그의 아버지 훌리안 슬림 (Julián Slim Haddad)은 멕시코 혁명(1910~1940) 기간 극도로 혼란한 상황에 헐값에 나온 부동산을 사들여 부를 축적했다. 카를로스 또한 그의 아버지와 비슷하게 1982년 멕시코 경제를 강타한 경제 위기 당시 헐값으로 우량 기업들을 인수하며 부를 늘려갔다.
 

Plaza Carso
멕시코 시티 최대 부촌 폴랑코(Polanco)에 위치한 Plaza Carso

1990년, 통신 재벌로 거듭나다

그가 진정한 부호로 거듭난 결정적인 계기는 1990년 통신 회사 텔멕스 (Telmex)를 인수하면서부터다. 당시 경제위기에 허덕이던 중남미 국가들은 이를 타개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신자유주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멕시코 또한 주요 국유 사업의 민영화를 필두로 차례차례 신자유주의적인 경제 정책을 펼쳐나가는데 그중 하나가 통신 사업의 국유화였다. 문제는 약 85억 달러 가치의 Telmex를 고작 20% 정도인 17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 알려지면서 카를로스 슬림의 카르소 그룹 (Grupo Carso) Telmex 를 인수한 과정에 대해 의혹이 불거졌다. 이렇게 헐값에 매입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멕시코의 대통령 카를로스 살리나스 (Carlos Salinas de Gortari, 1988~1994)와 카를로스 슬림이 매우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정경유착'으로 천문학적인 특혜를 받은 셈인데, 사실 살리나스 대통령은 이 외에도 멕시 내에서 여전히 논쟁이 많은 인물이다. 
 

세계 갑부 1위

1994년 발생한 멕시코 경제 위기에 따른 페소화 평가절하로 그의 재산 가치가 약 반토막이 나면서 그의 '운'도 이대로 끝나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이내 이동통신회사 텔셀(Telcel)을 앞세운 경영 전략이 시장에 적중했고, 2007년에는 세계 부호 2위에 랭크되었다. 포브스(Forbes)지의 계산에 따르면 그 한 해에만 '매일 5,2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고 한다. 그리고 2010년~2013년에는 세계 갑부 1위에 랭크되며 세계 제일의 부호가 되었다.
 

모순점

그러나 그의 부는 멕시코 인구의 약 80%가 빈곤층에 속하는 현실에서 매우 모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제조업, 운송업, 건설업, 부동산, 유통업, 금융업, 에너지, 광산, 보건, 스포츠, 언론에 이르기까지 공격적인걸 넘어서 나라 전체 경제를 집어삼킬만한 과도한 사업 확장으로 늘 비판의 대상이 되곤 했다. 그나마 2011년 약 40억 달러를 기부하는 걸 시작으로 보건, 교육, 스포츠 등의 분야에서 지속적인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하다. 
 

멕시코 시티 도시철도 12호선 사고

가장 논쟁이 되었던 사건은 2021년 5월 3일 멕시코 시티에서 발생한 도시철도 12호선 교량 붕괴 사고다. 올리보스(Olivos) 역 근처 틀라우악 (Tláhuac) 대로 위를 지나는 도시철도 12호선의 선로를 받치고 있던 교량이 무너지면서 달리던 열차의 마지막 2량이 그대로 추락하여 27명의 사망자와 8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부상자의 수는 단순 경상자와 정신과 진료만 거친 피해자들은 제외한 숫자라 실제로는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구간의 시공사는 카를로스 슬림의 카르소 그룹(Grupo Carso)이었다. 해당 노선은 이미 2012년 개통 당시 중대한 결함이 발견되어 2014년까지 개보수 공사로 운행이 중단되었던 문제가 있었다. 사고 직전의 사진들과 그 구간을 지나다니던 수많은 시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부실시공에 따른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의 성수대교 붕괴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사고라고 볼 수 있다. 결국 해당 노선은 정비 후 재개통하며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을 포함한 일체 모든 비용은 시공사가 부담하기로 하였다. 
 

Carlos Slim, 2014
카를로스 슬림, 2014년

36년 간 이어지는 성공

멕시코의 현 대통령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Andrés Manuel López Obrador, 2018~2024)와는 2000년부터 정치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때문에 현 'AMLO' 행정부 집권 이후 다른 멕시코 기업인들과 다르게 그의 자산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을 두고 또다시 '정경유착'이라는 비판과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본인은 절대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AMLO와의 특별한 관계는 부정하지도, 숨기지도 못하는 사실이다. 사실 더 정확하게는 1988년 카를로스 살리나스 대통령부터 현재 2024년 AMLO까지 36년 간 정치 성향이나 정당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6명의 대통령과 단 한 번도 어긋남 없이 '성공적'이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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